나를 치유하는 고전의 지혜 (시경) - 강경희 중국문학박사
2. 시경: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시 쓰기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힐링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그 수많은 힐링이 상처받은 영혼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해주었는가? 진통제처럼 ‘아주 잠깐만 괜찮은’ 위로에 지나지는 않은가? 진정한 힐링이란 외부의 어떤 것에 기대어 아픈 영혼을 위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일이다. 그래서 상처받기 이전과는 다른 삶의 지평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치유로서의 시 쓰기를 통해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고통으로부터 걸어나와 다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짜 힐링을 해보자.
-우리가 만약 시가 된다면
-나를 치유하는 시 쓰기
-쓰면서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것
-《시경》 〈패풍(邶風)〉 ‘골바람(谷風)’
슬슬 부는 골바람에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네
함께 마음 모아 애쓰던 사이가
이리도 노여움으로 변하다니
순무와 무를 캘 제
그 뿌리만 쓰는 것은 아니니
백년가약 어기지만 않는다면
임과 함께 죽도록 살리라
터벅터벅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내 마음속이 에는 듯하네
멀리는커녕 가까이서
대문 안에서 나를 보내네
누가 씀바귀를 쓰다 하나
달기가 냉이보다도 더하네
그이는 새사람에게 빠져
저리 다정하게 구네
경수가 흐린 것은
위수가 맑기 때문
경수에도 맑디맑은 물가야 있네
그이는 새사람에게 빠져
인제 나는 본 체도 않네
내가 놓은 어살엘랑 가지 말고
내가 놓은 통발일랑 건드리지 마라
하나 집에서 쫓겨나는 이 몸
뒷일을 말해 무엇 하리
깊은 데 나가면
뗏목 젓고 배 저었고
얕은 데 있으면
헤엄치고 자맥질했지
있는 것 없는 것 다 살펴보고
애를 써서 장만했으며
이웃에 환난이 있으면
기를 쓰고 도왔지
날 위해주진 못할망정
날 도리어 원수로 삼네
이처럼 내 정성 버림받았으니
난 이제 팔리지 않는 물건이라네
예전에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엔
두 몸이 하나 되어 애썼건만
이제 겨우 살림 넉넉하니
독벌레 보듯 나를 외면하는가
내가 맛있는 음식을 비축한 것은
한겨울을 나기 위한 것
그이가 새사람을 좋아하니
나는 기껏 바람막이가 되었을 뿐
사납고 무서운 그 얼굴로
나를 혹사시켜놓고
지난 일은 이젠
생각지도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