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 전재원 경북대교수
프란시스 베이컨의 에세이 “죽음에 관하여”
1. 베이컨(Sir Francis Bacon, 1561-1626)은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근대에로 이행하던 시기에 탄생한 영국의 전설적인 철학자였다. 베이컨은 또한 대법관을 지낸 법률가이자 영국의회의 대변인을 지낸 정치인이었으며, 영어문장 구사의 달인이자 삶의 지혜에 관한 수 십 편 안팎의 세계적인 에세이 작가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베이컨은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였으며, 과학적 학문방법론(귀납법)의 개척자였다.
2. 베이컨의 에세이 중 ‘죽음에 관하여’(Of Death, 1612, enlarged 1625) : 영어원문을 전재원이 한국어로 번역함
어린아이들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 죄의 대가이자 저 세상으로 가는 통로로서의 죽음에 대한 사색은 확실하게 경건하고 종교적이다. 하지만 자연에 바쳐져야 할 공물(貢物)로서의 죽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 철학자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 (세네카)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Lucius Annaeus Seneca, BC 4 – AD 65)
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과 연관되는 침통한 의식이 죽음 그 자체보다도 더 우리에게 두려운 마음을 일게 한다.(Pompa mortis magis terret, quam mors ipsa) 매우 잘 말했다. 신음소리, 경련, 핏기 없는 얼굴, 슬피 우는 친구들, 검은 상복, 장례식 등이 죽음을 무시무시한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관찰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 … 인간의 마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지배하고 죽음을 동료로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이 죽음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할 수 있는 수행원(attendant)을 많이 대동하고 있을 때에는 죽음은 무시무시한 적(敵)이 전혀 아니다. 보복은 죽음을 이기고(Revenge triumphs over death), 사랑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며(Love slights death), 명예는 죽음을 열망하고(Honour aspireth to death), 슬픔은 날아서 죽음에로 가고(Grief flieth to death), 두려움은 죽음을 선점한다.(Fear preoccupate death) … 세네카는 괜찮음(niceness)과 신물남(satiety)을 죽음의 원인에 덧붙여 '영웅적이지도 않고 비참하지도 않은 사람이 반복해서 똑같은 일을 해야 하는 지루함 때문에 죽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Cogita quamdiu eadon feceris; mori velle, non tantum fortis, aut miser, sed etiam fastidiosus potest)라고 말했다. … 삶의 극단적 끝을 자연의 선물들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 이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유베날리스(Decimus Iunius Iuvenalis, 60-140)
는 더 잘 말했다.(Better saith he qui finem vitae extremum inter munera ponat naturae) 태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죽는 것도 자연스럽다.(It is as natural to die, as to be born) 죽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아마도 갓난아이에게는 태어나는 것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무언가 열심히 추구하다가 죽는 사람은 격분해서 상처를 입는 사람과 같다. 격분해서 상처를 입는 사람은 당장에는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무엇인가 좋은 것(somewhat that is good)에 마음을 고정시키고 열중하면 죽음의 비애를 비켜갈 수 있다. .… 죽음과 관련해서 이런 말도 있다. 죽음은 좋은 평판에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고 시샘을 소멸시킨다.(Death openeth the gate to good fame, and extinguisheth envy) ―살아서 미움을 받았던 이는 소멸된 이후에 사랑을 받을 것이다.(Extinctus amabitur idem)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호라티우스(Flaccus Quintus Horatius, BC 65-8)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