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 이은주 힐링드라마 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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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 10월의 노래

                                         이은주
언젠가 일어나겠지
욕지거리 오장육부에서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니
피라는 피
물기라는 물기는 모조리
거꾸로 솟아
온 몸 뜨거워졌으니
언젠가 일어나겠지
태풍

언젠가 말하겠지
영특하다 자랑이던 내 아버지
영문도 모르고 골로 가신지 60년  
살빛 눈빛 고운 

내 어머니
숯검정을 칠하고야
읍내 경찰서로 나서며 억장이 무너지던 발길을
언젠가 말하겠지

동이 다 트기도 전에
저벅저벅 벌컥
이부자리 헤집고
벽장 다락 어린것들 일기장까지
뒤집어 놓던 구둣발

까닭 없이
돌아오지 못하는 희고 검은 시간들을
분노와 원한으로 칼조차 갈지 못하고  
치욕으로 가슴을 닫고
두려움으로 숨을 죽여
피칠갑된 가슴이. 


무죄라 하고
보상금 나오고
명예가 회복되었다
세상사람들 대명천지 밝은 대낮에도
꽝꽝꽝 노래하고
시대가 바뀌었다 춤을 추어싸도
아직도 모를 일이지.


어쩌자고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고
원혼을 달래며 꽃을 바쳤건만  
얼어붙은 가슴 풀리지 않고  
숨이 꼴깍꼴깍
눈을 굴리며
입을 못 띠네.


구둣발의 죄를 묻고
단물을 먹은 자들의 입이 날아가고
지붕도 전봇대도 개망초 강아지풀도
오장육부에 얼어붙은 분노와 슬픔 끓어 넘쳐
천지신명께 바치는 통곡소리  
태풍으로 일어나거든 


그 때야
얼고 닫은 가슴 말문이 터져
죽기 전에라도 말이라도 해볼거나 허나 아직은 말을 못하겄네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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