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을호 (통권제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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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문화

2009년 가을호 (통권제25호)

계간
시각과 문화
2009년 가을호(통권제25호)
사단법인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

차  례

권두칼럼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와 리더십 / 이 경 재

       Pops English / Carpenters: Sing / 김 창 연

       명시와 명문 /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 이 석 규

       리만근의 ‘거봉사과를 아세요?’  / 최 성 재

       우리가 답사한 유적 / 충남 청양 일대의 주요 유적
                          / 답사 사행시

       장애인의 장애 극복기 / 김한숙(53세, 여, 시각장애 1급)의 극복기 / 김 한 숙  

       생활 단상 / 과메기의 계절(탁노균)
                 / 양철통(윤명희)
                 / 점자, 너로 인하여
                 /  앉았으면 일어나라

       문화원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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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두칼럼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와 리더십
이경재(본원 이사)

  일부의 동물 집단과 인간 세계는 리더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여러 형태의 사회에 운명적으로 소속되도록 제도화되어 있고, 그 각각의 사회 조직에는 리더가 존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할 때의 ‘사회적’이라는 말의 구체적 실체도, ‘리더에 의해 움직여지는 인간의 역사’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 왜냐 하면 시중에 나와 있는 역사책과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있는 역사라는 것의 대부분은 리더에 관한 기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사회의 리더는 운명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21세기의 리더는 운명적인 요소는 많이 줄고, 대중 영합주의에 의하여 만들어지거나, 당사자의 신분 상승 노력에 의해 탄생되기도 한다.
  리더가 운명적으로 만들어졌던 과거 사회에서는 시각 장애인과 같은 신체적 열등자들이 별도의 조직을 형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사회에는 자신의 집단에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거나, 리더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 조직의 나약성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느끼는 바로는, 과거 사회나 현재 사회를 막론하고 시각 장애인이 리더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일반인들로부터 리더로 인정받기 어려운 결정적인 요인은 문자 사용의 부자유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리더였던 세종 임금도 안질로 문자를 대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리더의 길을 포기하려고 한 기록은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언급한 바처럼 리더가 될 수 있는 핵심 조건이 문자 사용 능력에 있다면, 일반 문자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시각 장애인들에게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은, 프랑스의 맹인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가 1825년에 점자를 만들게 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825년 이후 시각 장애인들에게 점자라는 적합한 의사 소통 방식이 제공됨에 따라, 다수가 신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교육받은 시각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시각 장애인계라는 조직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 쪽에서는 애초부터 통합 사회를 목표로 교육이 이루어졌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별도의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정책이 입안되었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 당사자 조직은 우리나라가 더 일찍부터 활성화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시각 장애인들에게 궁중에서 점을 치거나 악기를 연주하도록 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이 두 가지의 직업이 잘 유지되다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나라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악기를 연주하던 쪽은 퇴출되고, 국사를 점치던 쪽은 조선 말기까지 공직자의 신분을 유지하게 되었다. 살아남은 계층들은 자신의 지위를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서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게 되었고,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유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조선 말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리계의 리더 선출 방식은 구두 합의제라고 할 수 있다. 구두 합의로 운영되는 이 조직은 소수의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임무를 바꾸며,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수장을 역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6․25 이후에 생겨난 소위 신교육을 받은 시각 장애인 조직은 한 사람의 리더가 여러 차례 수장을 역임하는 예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과거 영리계의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사람들은, 한 사람이 장기간 조직의 리더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하며 지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가 되어도 리더 자신에게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혜택이 주어질 일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 장애인계를 주도해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시각 장애인계에는 아직도 이기주의나 경제 제일주의와 같은 병폐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에 비해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나라 시각 장애인 조직의 일부 리더들의 리더십이 21세기가 되었음에도, 문자 혜택을 누릴 수 없었던 시절의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시각 장애인계에서의 리더십의 최우선 요소는 문자 사용 능력이다. 점자 사용이 힘들고, 배우는 일이 고통스럽더라도, 일반 문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면,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은 시각 장애인이나 문맹자를 일컫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점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시각 장애인들은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어느 정도의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자력으로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보조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문서를 고속 스캐너로 신속히 점자로 변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러한 자료들은 무지 점자기로 편리하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성한 점자 문서도 일반 문자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이제 당사자들이 문자 사용에 대한 의지만 갖는다면, 시각 장애로 인한 한 가지의 약점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각 장애인들이 점자를 익히는 것이 어렵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익히지 않고, 관련 종사자들도 지도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점자 교육을 등한히 한다면, 시각 장애인의 다수는 여전히 문맹자로 남을 수밖에 없고,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도 문맹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12월과 새해 초에는 전국적으로 시각 장애인계를 대표하는 리더를 뽑게 된다. 출마자들은 리더십이 있다고 말하게 될 것이고, 유권자들도 리더십이 있는 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지식 사회이다. 지식 사회에 살면서 문자를 활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므로 필자는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문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시각 장애인계의 리더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리더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권자들은 지식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문자 사용 능력에 관심을 갖기를 촉구한다.


◈Pops English

Sing   -   Carpenters
김 창 연(본원 운영 위원)

Sing, sing a song
Sing out loud, sing out strong
Sing of good things, not bad
Sing of happy, not sad

Sing, sing a song
Make it simple to last your whole life long
Don't worry that it's not good enough
For anyone else to hear
Just sing, sing a song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Sing, sing a song
Let the world sing along
Sing of love there could be
Sing for you and for me

Sing, sing a song
Make it simple to last your whole life long
Don't worry that it's not good enough
For anyone else to hear
Just sing, sing a song
Just sing, sing a song
Just sing, sing a song

la, la, la, la, la

노래해요
큰 소리로 노래해요. 힘차게 노래해요.
나쁘지 않은 것, 좋은 것만 노래해요.
슬프지 않은 것, 행복한 것만 노래해요.

노래해요.
삶을 오래 가게 하려면 솔직하게 부르세요.
어떤 사람에게도 좋은 노래로 들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노래만 해요. 노래를 불러요.


라라라라라


노래해요.
온 세상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거예요.
사랑에 대해 노래해요.
당신과 나를 위해 노래해요.

노래해요.
삶을 오래 가게 하려면 솔직하게 부르세요.
어떤 사람에게도 좋은 노래로 들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노래만 해요. 노래를 불러요.
그저 노래만 해요. 노래를 불러요.
그저 노래만 해요. 노래를 불러요.

라라라라라

카펜터스


‘Yesterday Once More’, ‘Top of The World’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남긴 팝의 전설 카펜터스가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아바, 비틀스와 함께 ‘팝의 ABC’로 불린 이 전설적인 그룹의 노래는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카펜터스의 인기가 높았던 일본에서는 이들의 데뷔 40주년을 맞아 TV와 라디오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카렌 카펜터와 리처드 카펜터 남매로 구성된 카펜터스는 1970년대를 풍미한 팝의 전설이다. 통산 3개의 그래미상을 받았고 3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 10곡의 톱10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간 이들의 앨범은 1억장이 넘는다.

최고의 혼성듀오로 사랑받았던 카펜터스는 1983년 카렌 카펜터가 거식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더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활동을 중단한 지 사반세기가 넘었지만 그들이 남긴 노래들은 보석처럼 빛난다. 카펜터스의 노래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라디오 신청곡 순위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앨범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카펜터스의 히트곡 ‘Yesterday Once More’와 ‘Top of The World’는 지난해에 한 방송국이 실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설문 조사에서도 100위권 안에 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음악감상실과 FM라디오의 추억을 가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 어린 이 그룹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대표곡 40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과 리처드 카펜터가 직접 참여한 다큐멘터리 DVD ‘Close To You Remembering The Carpenters’를 동시에 발매했다.


◈ Today's humor(오늘의 유머)

From his deathbed, the husband called his wife and said, "One month after I die I want you to marry Mr. Drone." "Drone! But he is your enemy!" "Yes, I know that! I've suffered all these years so let him suffer now."
남편은 임종하면서 아내를 불러 말했다.
"내가 죽고 나면 한 달 후에 당신이 Drone씨와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Drone씨요! 그런데 그는 당신과 앙숙이잖아요!"
"그래요. 잘 알고 있어요. 내가 평생  고통받아 왔으니 이제 그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야지요."

A man inserted an 'ad' in the classified ads; "Wife wanted." The next day he received a hundred letters. They all said the same thing: "You can have mine."
한 남자가 구직 광고란에 "아내 구함"이라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그 다음날 그는 수백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말을 했다. "제 아내를 데려가세요."



◈ 명시와 명문
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

이석규(본원 운영 위원)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 명황은 미색을 귀히 여겨 경국을 그리셨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 등극 후 오랫동안 찾아도 찾지 못하셨더니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었는데 어려서 자랄 적에는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 심규에서 양육된 고로 사람들은 알지 못했더라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 그러나 천생의 여질을 버리지 못하였으므로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 일조에 간선되어 천자를 시측하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 눈길 돌려 한 번 웃어 백 가지 교태를 발하니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 육궁의 유두 분면 무안하였더라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 봄 기운이 찬지라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받아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골세응지) : 미끄러운 온천물로 고운 살결 씻으니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 시비들이 교녀 부축하여도 일어날 힘조차 없더라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 이 때가 바로 처음으로 은총을 입은 때라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 운빈 화안에 황금 보요를 꽂고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 부용장에서 따사롭게 봄밤을 보내니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 봄밤은 심히 짧아 해가 벌써 중천에 왔는지라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부조조) : 이로부터 천자께서는 이른 조회는 받지 않으셨더라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  기쁘시게 하며 시연하니 한가할 때가 없어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 봄에는 마음껏 봄놀이하고 밤에는 지밀을 독차지하였더라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 후궁의 미희가 삼천이었으나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 삼천의 총애를 오로지 한 몸에 받더라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 금옥에서 단장하고 교태로 시연하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 : 옥루 연회가 파하고 온화한 춘기에 취한 후
姊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렬토) : 형제 자매가 다 봉토를 받아서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 아아, 문호에서 광채가 나니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 마침내 천하의 부모들은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 생남을 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생녀를 중히 여겼더라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 : 여궁은 구름 위로 높이 솟았으니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 : 선악이 바람 따라 사방으로 울려 퍼지고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 부드러운 곡조와 한아한 춤이 음악과 어울리니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 천자는 진종일 보셔도 오히려 부족하였더라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 : 이 때 어양의 전고 소리 지축을 진동하며 다가오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 놀라서 예상우의곡을 그쳤더라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 구중 성궐에서 연진이 일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 : 천승 만기가 서남으로 향하니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항복지) : 취화를 휘날리던 행행이 다시 멈추니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 도성 문을 나와 서으로 백여 리를 가다가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부발무나하) : 문득 육군이 움직이지 않으려 하니 이를 어이하리요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 하늘거리던 아미 어가 앞에서 절명하는데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 화잠이 땅에 떨어져도 줍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 취교와 금작과 옥소두도 그러하더라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 천자께서는 끝내 구하지 못하시매 용안을 가리시고는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누상화류) : 고개 돌려 피눈물을 폭포수같이 흘리시더라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 황진은 흩날리고 바람은 스산한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  꼬불꼬불한 운잔으로 검각에 오르시니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 아미산 아래에는 행인이 적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 정기는 광채를 잃고 태양도  어두워졌더라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촉강도 푸르고 촉산도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 천자는 밤이나 낮이나 그리움뿐이라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 행궁에서 보는 달은 상심한 귀비의 화안이요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 밤비 속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끊는 귀비의 옥음이라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 천하의 형세가 일변하여 환어하시다가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부능거) : 여기에 당도하자 차마 걸음을 옮기지 못하시는구나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 마외파 밑 진흙 속에서도
不見玉顔空死處(부견옥안공사처) : 옥안은 보이지 않고 무덤만 쓸쓸하구나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 군신이 마주 보며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 말에게 길을 맡긴 채 동으로 도성을 향하는구나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 돌아오니 지당과 어원은 다 여전하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 태액의 부용과 미앙궁의 버들도  그러하구나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 부용은 그 얼굴 같고 버들은 그 눈썹 같구나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부누수) : 이를 보고 어찌 낙루하지 않으리요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 봄바람에 도리화 피는 날이요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섭낙시) :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지는 때로다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 서궁과 남내는 추초에 덮였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부소) : 낙엽으로 섬돌이 붉어져도 쓰는 이 없구나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 : 이원 자제들 벌써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 초방의 아감 청아도 다 노파가 되었구나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 석전에 반딧불이 나니 심사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 외로운 등불 돋운 심지 다 타도록 잠 못 이루시는구나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 파루 소리 더디 울림과 여름 밤이 긺을 처음 깨달았구나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  어느덧 희미한 은하수가 새벽을 알리려 하는데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 차가운 원앙와에 서리 켜켜이 내려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 비취금이 싸늘한데 누구와 같이 덮을꼬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 그리워라 유명을 달리한 지 여러 해가 지났건만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 혼백은 꿈에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 임공의 도사로서 도성에 머무는 길손 있어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 능히 정성으로 혼백을 부른다  하더니
爲感君王展轉思(위감군왕전전사)  : 천자가 전전 불매하신다는 말에 감창하여
遂敎方士慇懃覓(수교방사은근멱) : 마침내 방사에게 정성껏 찾게 하였더니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 구름 타고 허공을 번개처럼 달려서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 승천입지하며 두루 찾되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 위로는 벽락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수탐하였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부견) : 양처가 다 망망하여 찾지 못하였더라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 풍문에 바다에 선산이 있다더니
山在虛無縹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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