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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좌 <멜로드라마 분석을 통한 치유> 3강 한국 멜로 드라마의 사회사 - 2012.12.20
한국 멜로 드라마의 사회사

강사 : 김겸섭(대구대 교수)                            

1.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란 어떤 것인가?

드라마란 좋은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 성격이다. 어떤 스토리가 훌륭하다면 그 스토리 안에는 드라마가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란 도대체 무엇인가? 극작술과 시나리오작법을 다룬 모든 책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놓고 있다. 그들 중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단순명쾌한 정의는 프랭크 대니얼의 것이다. 그는 드라마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짤막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Somebody wants something badly and is having difficulty getting it)."

놀랍지 않은가? 이게 드라마의 전부다. 믿기워지지 않겠지만 이 짤막한 명제만 제대로 소화해내면 드라마의 기본은 제대로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간명한 정의 속엔 엄청난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문장 안에는 주인공, 그가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갈등 내지 장애물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2. 주인공은 무언가를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이다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 다루고 있는 스토리는 어떤 것인가? 우형사(박중훈)가 장성민(안성기)을 잡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쓴다. 이게 전부다. 그리고 이게 드라마다. 여기에는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고 장애물이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찰서 강력계의 우영구형사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40계단 살인사건의 범인 장성민을 체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이 쉽다면, 그래서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그를 체포했다면, 드라마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다 더 상업적으로 말하자면 2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 장성민을 체포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물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정사정 볼것없다>에 등장하는 장애물들을 살펴보자. 장성민? 그는 장애물이라기보다 적(antagonist)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와 함께 범행현장에 있었던 공범들이 장애물로 등장한다. 그들을 하나 하나 잡아나가면서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 곧 드라마이다. 장성민의 애인인 김주연(최지우) 역시 장애물로 등장하는 동시에 우형사와의 어설픈 멜로라인을 형성한다. 파트너인 김형사(장동건)가 용의자를 죽이거나 장성민에게 당하는 것 역시 장애물로 작용한다. 장성민의 놀라운 도피술과 변장술은 우형사를 가장 괴롭히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우형사는 이 모든 장애물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 과정이 곧 드라마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간단한 스토리의 영화를 통해 드라마의 기본 요건들을 살펴보자. 이 영화에는 우형사와 함께 행동하는 5명의 형사들이 나온다. 만약 카메라가 그들 각각을 동일한 비율로 비췄다면?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인정사정 볼것없다>는 우형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주인공을 확실히 한 것이다. 만약 우형사가 장성민 잡히거나 말거나 별반 신경도 안쓴다면? 그래서 영화 중간쯤에 훌쩍 이민이라도 가버리면? 드라마가 형성되지 않는다. 만약 우형사가 영화가 시작된지 20분만에 장성민을 잡는다면? 농담이지만 개봉도 못할 것이다. 영화란 관객에게 100분 동안 제공되기로 약속된 서비스다. 장성민은 영화의 라스트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인 끝에 잡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장애물들이다. 장애물들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곧 관객의 호응도를 결정한다.

심플하게 생각하자. 드라마란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다. <버티컬 리미트>는 조난당한 산악인들을 구조하려 애쓰는 이야기이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예고된 살인범으로 체포되는 걸 피하려 애쓰는 이야기이고, <지옥의 묵시록>은 자신만의 왕국을 이룩한 탈영장교를 살해하려 애쓰는 이야기다. <쉬리>는 남파된 특수부대원들을 물리치려 애쓰는 이야기이고, <챔피언>은 챔피언이 되려고 애쓰는 이야기이며, <서편제>는 득음의 경지에 이르려 애쓰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려 최선을 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것이 드라마니까.

멜로드라마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가령 홍상수의 <오! 수정>을 보자. 이 영화는 영어제목이 흥미롭다. <Virgin stripped by her own bachelors>. 직역하자면 ‘처녀 빤스벗기기’ 혹은 ‘처녀 따먹기’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재훈(정보석)과 수정(이은주)이다. 단순히 멜로드라마니까 남녀 두 명이 주인공이라는 뜻이 아니다. 이 영화는 재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점의 스토리와 은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점의 스토리로 나뉘어진다.

그렇다면 재훈이 주인공일 때 그가 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 그대로 수정이 빤스벗기기다. 만약 그것이 너무 쉬운 일이었다면 드라마는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재훈은 중요한 순간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러야 하고, 집들이에서 딴 여자에게 한 눈도 팔아야 하고, 때로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생떼를 써야 한다. 수정이 주인공일 때 그녀가 하고자 하는 바는? 적절한 남성을 찾아내어 자신의 처녀성을 주는 일이다. 그 일도 결코 쉽지 않다. 너무 쉬운 여자처럼 보여도 안 되고, 직장 상사인 영수(문성근)의 치근덕거림도 물리쳐야 하고, 적절한 장소(!)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재훈에게 소리를 지른다. “내가 뭐 제주도에 못가서 환장한 여잔 줄 알아요?!”

3. (이 부분은 저번 시간 강의록 부분입니다. 시간상 진행하지 못한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melos(노래)+drama: 용어 자체로는 그리스 비극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했죠? 하지만 본격적인 의미에서 멜로드라마는 18세기에 유행한 감정소설과 19세기의 비극적 리얼리즘, 프랑스의 대중적 음악극(도시화된 자본주의 가부장제 가족제도의 영향을 받아 고유의 이야기들과 재현 양식들을 갖춤)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요즘은 melo+영화,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 연애소설, 만화(순정만화) 등 폭넓게 사용된다. 이후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장르의 규범이 완성되고 주요 장르로 부상합니다.

그 이후 1910년대(최초의 스튜디오 시스템 등장, Pathe)에 이르러 영화가 연극 무대의 멜로드라마를 기존의 소극(笑劇) 형식에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멜로 영화의 구조적 기틀이 잡힙니다.

텔레비전의 보편화는 멜로드라마를 TV의 대표 장르로 부상하게 합니다.

4. 우리나라 멜로드라마의 형성 과정은 서구와 완전 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와 다른 역사를 거쳐 왔고, 사회 문화적 맥락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대 초기 일본에 서구 멜로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신파극’이 형성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죠.(이는 홍해성, 유치진이 추진했던 근대극과는 다른 장르입니다) 일제 강점기(특히 20~30년대)에 신문 지면에 이 용어가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엔 50년대 말 한국전쟁 이후 등재됩니다(58년, 동아출판사 판 <국어 새 사전>) 연극의 전문용어로 분류됨.): “원래는 음악을 넣으서 하던 극을 가리켰으나 지금은 대중의 소박한 정의감(正義感)에 맞춰 권선징악적(勸善懲惡的)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통속극(通俗劇).

서구 멜로드라마→일본 ‘신파극’→1930년대 한국적 멜로드라마(양식화)→1950년대 미국 문화의 영향, 매체 활성화(재양식화); 그 결과 연극보다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드라마에 더 널리 쓰이게 됩니다.

5. ‘신파성’(<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① 사랑하는 남녀가 있다 ②이들은 온갖 장애물(환경적 요인 등등)으로 헤어져야 하는 시련을 겪는다 ③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별(죽음)을 한다.(하지만 요즘은 해피앤딩이 대세다. 모든 문제들이 봉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멜로드라마의 감정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전통적 취향과 새로운 기호, 익숙한 서사형식과 참신한 서사양식이 당시의 ‘대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호 교섭 및 융합하는 가운데 형성됩니다,(당시 첨단 대중소설이었던 이광수의『무정』)

※ 선명한 이분법적 구도(선악의 이분법)+애정의 삼각관계+도덕적 비학(秘學, moral occult, 가령 여자 주인공이 결말에 승리, 가끔은 요즘에는 자주 경제적 보상)+결말에서의 대중적 숭고((특히 여성의) 반복적 수난)

6. 한국적 멜로드라마가 욕망하는 전통적 여성상은 과거(전통적 한문소설)와 연속성을 띠기도 합니다:① 지적인 여성에 대한 환상 ② 성적인 여성에 대한 환상 ③ 희생적 여성에 대한 환상+그 시대의 현실 변화에 따라 +α.

※1930년대 <신여성>: ‘영화 소개란’: ‘멜로드라마’를 집중 소개. 근대적 가족 모델을 교육하고 그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훈육하려는 의도.

※ 1950년대: 신문소설과 영화가 우세종이었어요. <자유부인>: “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적”. 미국 자본주의와 할리우드 영화의 범람. 해방과 전쟁 이후 급변하는 사회 상황과 가치관을 반영, 불륜 소재 멜로 영화의 효시?(아니에요). 보수적 이념과 변화에 대한 매혹 사이에 대중들은 갈등.

※ 1960년대: <자유부인>의 도발성 약화. <미워도 다시 한 번>.
※ 1970년대: 산업화, 도시화.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효시. <별들의 고향>

※ 1980년대: 에로 영화의 전성시대(-부인, -여자 시리즈); 1970년대식 청년 문화나 로맨티시즘이 자취를 감춘다. 이제 ‘사랑’은 ‘계약’ 혹은 ‘매매’ 같은 경제적 교환가치로 환산되는 경향이 노골화됩니다.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여성이 선정적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선정적인 멜로 영화는 남성 관객의 욕망을 여성 육체에 대한 성욕으로만 잠정적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편향적이죠?!
※ 1990년대: 소비자본주의. 다원화. 남성 멜로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 <파이란>-인생을 성찰하는 남자들; <봄날은 간다>, <질투는 나의 힘>-연애와 함께 성장하는 남자들; <편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너는 내 운명>-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남자들>; <중독> <번지 점프를 하다> <소년 천국에 가다>-금기에 저항하는 남자들.

7.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세는 멜로드라마입니다(아침드라마-저녁 식사 시간대의 홈드라마-주말연속극-미니시리즈). 매체의 특성 상 일상 속의 갈등을 보여주고 그것을 푸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그립니다. 그리고 방영 당시의 사회 문화적•정치적 현실을 민감하게 반영합니다. 1990년대 이후 ‘트랜디드라마’는 멜로드라마의 향유층을 2,30대로 확장합니다.(<네 멋대로 해라>, <발리에서 생신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여기서 문제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사랑이 가능한가’로 이동하면서 멜로드라마의 다원화에 기여합니다)

※ 드라마에서도 장르 혼성은 대세입니다(사극+멜로; <다모>, <주몽>, <한성별곡>)

★ 생각해 봅시다.

올해의 드라마

대통령 선거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올해의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전화들을 받고 나서야, 2012년 결산 시기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논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추적자> <아내의 자격> <골든타임> <신사의 품격>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응답하라 1997> 등이 올해의 수작으로 거론될 것 같다. 좀 더 좁혀보자. 삽화적 재미가 돋보인 <신사의 품격>과 <응답하라 1997> 두 편은, 1990년대 초의 청년세대와 1990년대 말의 청년세대라는, 특정 세대의 문화적 경험과 감성에 특별히 기대어 있다는 점에서 일단 제쳐놓아 보자. 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대가족 이야기를 중심에 두는 주말드라마 가족물이 늘 지니는 가부장제적인 보수적 시각에만 일방적으로 매이지 않고 이에 대한 젊은 세대의 비판적 시선을 포용한 장점이 있지만, 역시 주말드라마 특유의 느슨함과 억지스러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역시 일단 제쳐놓아 두자.

결국 세 작품이 남는다. 이 중 또 하나를 제쳐놓는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아내의 자격>을 3위로 밀어놓아야겠다.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을 배경으로, 이른바 강남 중상류층들의 가짜 우아함 속에 똬리 튼 몰상식, 이기심, 속물근성 등을 파헤친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 말 ‘장진구 같은 놈’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아줌마>의 작가가, 십여 년 만에 <아줌마>의 대치동 버전을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고평을 약간 유보하게 된다.

이러니 <추적자>와 <골든타임> 두 작품이 남는다. 이 두 편을 놓고 1, 2위를 가릴 수 있을까. 글쎄, 나로서는 쉽지 않다. 사회적 관심은 <추적자>가 월등하게 높았지만, <골든타임>의 잔잔한 성취도 만만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추적자>는, 기본적인 인권이 공적 체계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자 사적인 복수에 나선 한 국민의 이야기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고 권력이 흔들리는 시기에 정치권, 재계, 언론계, 법조계 등 온갖 권력집단들이 대결하고 협력해 진실과 정의를 무참히 짓밟는 과정을 그려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정의란 무엇인가>의 베스트셀러 현상,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26년>으로 이어지는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드디어 가장 대중적인 예술인 공중파 TV 드라마로 꽃피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골든타임>은 전문직 드라마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태까지 전문직 드라마는 사극 <대장금>에서 완성된 틀, 즉 연애와 라이벌 경쟁을 뒤섞은 이야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현대 배경의 전문직 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채워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 <골든타임>은 응급의학 이야기를 비교적 현실성 있게 채워낸 것은 물론, 애정과 라이벌 경쟁 대신 현재의 전문직들이 겪는 현실적 갈등을 채워 넣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까칠하고 안하무인인 천재적 의사의 말도 안되는 영웅담 대신, 열악한 노동조건과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위에 시달리는 의료인들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바로 그러한 고통을 상시적으로 안고 살아가는 일반 생활인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고 보니, 올해의 드라마 두 편은 공통점이 있다. 연애 이야기가 아니고, 몸값 높은 스타를 쓰지 않았다는 점, 무엇보다도 사회적 정의가 무너져 생존권과 인권이 땅에 떨어져 고통받고, 만성피로와 상시적 불안감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분노와 절망을 보여주고 위로하고자 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대중의 선택은 참 정직하고 정확하다.

<이영미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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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뒤 사극의 주제는 무얼까


텔레비전 사극을 보다 보면 쉽게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분 차별에서 오는 갈등. 신분의 벽을 넘어서려는 주인공의 눈물나는 싸움은 신분의 차이를 훌쩍 뛰어넘은 남녀 간의 사랑과 반죽되어 시청자를 분노하게도 하고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극은 대개 이런 구조를 뼈대로 삼고 거기에 밑바닥 출신 주인공의 세속적인 성공이나 출생의 비밀과 같은 막장 요소를 적절하게 비벼 시청자의 밤 시간을 장악한다.

만일 신분 차별 제도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사극이 이만큼의 안정된 인기를 누리게 되었을지 궁금할 정도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난 우리로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는 종놈으로, 백정으로 온갖 멸시와 구박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그 신분 사회에 대해 예외 없이 옳지 않다고 받아들이고, 신분 질서를 극복하려는 주인공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사극은 이 점에서 매우 강력한 감정이입 장치를 우리 현실로부터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를 다룰 미래의 사극에는 무엇을 담게 될까? 출생의 비밀에 뒤덮인 채 무너지는 가족제도? 있는 집안의 자녀 결혼 반대? 아무리 맞아도 결국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18 대 1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현대인의 괴력? 뒤엉킨 불륜과 그보다 곱절은 더 복잡한 원한과 복수의 일상?

곰곰이 따져보면 사극이나 현대극이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와 소재는 고만고만하다. 타고나는 신분의 딱지가 눈에 확 띄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늘날 점점 신화가 되어 간다. 재산과 학벌로 나누는 신분이 이 사회에서 세습되는 경향을 보이니 말이다.사극의 신분차별이나 현대극의 불륜,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복수, 성공담 등은 모두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서 작가들이 보여주려 하는 인간의 모습은 불의와 거짓과 탐욕과 오만에 맞서는 진정성의 힘이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진정성을 원하고 진실과 인간다움이 승리하길 바라건만 왜 세상은 그렇게 바뀌지 않을까? 나는 우리 정치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해서라는 조금은 꿈같은 이유를 들고 싶다. 그래서 정치인은 다 그렇고 그런 시정잡배라고 싸잡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지만, 자신의 삶의 환경이 바뀌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정치인들 사이의 섬세한 차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권한다. 정치는 내 곁의 환경을 바꿔줌으로써 내 삶을 바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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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문학 강좌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를 통한 치유> 2강 악어의 눈물(논리) - 2013.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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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문학 강좌 <멜로드라마 분석을 통한 치유> 4강 아찔한 사랑의 이중주 심리학 - 2012.12.27  
 인문학 강좌 <멜로드라마 분석을 통한 치유> 3강 한국 멜로 드라마의 사회사 - 2012.12.20  
17  인문학 강좌 <멜로드라마 분석을 통한 치유> 2강 드라마는 진정제인가 마약인가? -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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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인문학 강좌 <불교를 통한 치유고목> 3강 제8 아뢰야식 - 2012.11.22  
13  인문학 강좌 <불교를 통한 치유고목> 2강 고통의 종류(마음의 요소) - 2012.11.15  
12  인문학 강좌 <불교를 통한 치유고목> 1강 고통의 원인과 소멸 - 2012.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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